지난비엔날레

[2010] 고승현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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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생명

서랍속의 정보와 생명, 그리고 아름다움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도서관 도서목록카드가 담긴 서랍이 있다. 여기에 담긴 자료들은 인간의 지식이 담겨있는 책의 정보로서 마치 식물의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씨앗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가지런히 정리된 자료들 위에 각종 씨들을 담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랍들을 열어 그 속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인간과 자연의 대화를 보고 듣는다.

예술가는 어느 순간 운명처럼 예술적 영감과 만난다. 고승현의 이 작업의 아이디어는 버려지는 도서목록카드 보관함과 만나는 그 순간에 떠올랐을 것이다. 그가 그 보관함을 작품의 오브제로 받아들인 것은 예술가로서의 본능적 판단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서랍장은 생명의 정보를 담고 있는 씨앗의 잠재적 의미를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장소로서 안성맞춤한 명쾌한 오브제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설치 작업들이 그 미술 오브제가 어떻게 놓이는가 혹은 다른 오브제나 공간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작품으로서의 의미를 발생시키는 것처럼 고승현의 작업에서 어딘가에 보관되어 파종시기를 기다려야 하는 각종 씨앗들과 도서목록카드서랍은 기능상, 의미상 절묘한 만남을 이룬다. 서랍 속에 가득 찬 종이카드들은 적절히 씨앗의 습도를 조절해 줄 수도 있고 이름표를 붙이면 씨앗을 구분하기도 수월하다. 그 만남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오히려 단순해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조용한 만남이 전해주는 의미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집은 온갖 야생화와 나무들로 가득하다.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고 탐스런 과실이 열리는 정원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있어서 씨앗은 곧 자연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가능태이면서 이미 씨앗 자체가 아름다움이요 생명이다. 예술가로서 작품 속에 담아내야 할 아름다움을 그는 심각한 미술적 장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서랍장을 이용한 작품 속에 정성들여 채집한 씨들을 담아 놓은 것이다.

고승현 / 정보.생명 / 도서목록 카드함, 씨앗들 / size : 172 x 159 x 44 /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