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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야투자연미술레지던스 - 이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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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기행(霧散紀行)

그는 산이 되고자 한다. 아니 어머니가 되고자 한다. 무한히 광대한 무언가가 되어 기술記述되지 않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그는 역사役事[1]함으로 우리의 삶 속의 시간의 지점을 흔들고 있다. 이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점은 재생의 힘을 잃어 더이상 나락으로 추락한 우리를 일으켜 세우지 못한다.

내가 차지하고 있는 작은 공간은 무한히 광대한 공간들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 그 생각에 내가 저기가 아니라 여기에 있다는 것이 무섭다. 저기가 아닌 여기에 있을 이유도 없고, 다른 때가 아닌 지금 있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누가 나를 여기에 던져두었는가?

지위에 대한 불안, 성공에 대한 질투, 빛에 대한 욕망, 불필요에 대한 필요는 끊임없이 새것을 요구했다. 고민하던 어느날, 나는 모든것이 그대로 흐르던 그곳으로부터의 기행을 시작한다. 스치는 바람, 발에 채이는 돌, 나무의 소리, 풀벌레의 울음소리….

기술하려 했던 어머니의 음성은 그저 침묵만을 일관하며 흘러갔다. 안개가 걷히듯 흩어져 없어진 기행은 어둠 속 흐릿한 부표의 기억을 남기고, 다시 어떠한 새로운 것을 요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