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ennale

[2010] 이인희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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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공간

밀실로부터 출발하는 유토피아적 공간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와 바람에 기대어 하염없이 나부끼는 들풀들의 몽환적 움직임, 끝없이 펼쳐진 구름 위를 부유하는 숨막힐 듯한 날것(Raw thing)의 감각과 복합적 속삭임은 나에게 어쩌면 영화 ‘바톤핑크(Barton Fink)’의 책상 앞에 걸린 작은 액자와 같은 것일지 모른다. 밀실로부터 이어지는 반복적인 노동과 그것으로부터 연출된 연극적 공간은 잔인한 기억의 전이와 시간의 순환을 통해 초월적, 혹은 유토피아적 공간을 꿈꾸는 작은 침실 같은 곳이다. 버려진 물고기의 토막과 잔인하게 벗겨진 비늘, 그 피부를 이식하는 행위로부터 출발한 반복적 행위들은 기억과 현실 사이의 납득할 수 없는 일종의 괴리감을 희석시키고 치유하는 과정의 시작이며 아득한 기억 속으로 침잠 혹은 회귀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순환된 시간의 기억은 테이블 위의 액자, 작은 창, 거울을 통해 재생산된다. 그것은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출발하지만 단지 그것이 아닌, 기억을 투영시킨 미래이고 비현실적인 것을 현실화하고자 하는 불안한 명상이며 작은 밀실로부터 해방을 꿈꾸는 유토피아적 세계와 맞닿아있다. 그것을 꿈꾸게 한 비정한 현실은 이상한 어긋남, 전이, 혹은 로트레아몽(Lautreamont)의 시 같은 도구를 통해 절단되고 봉합되며 치유되는 과정을 겪으며 격리되고 회귀한다. 그 회귀의 장소는 나의 아득한 유년의 풍경으로부터 기인하며 그 채워질 수 없는 시간의 공백은 현재의 이 장소가 아닌 창문 너머, 혹은 액자 속 알레고리적 네러티브를 통한 미장센 (Mise-en-scene)으로 그려진다.

이인희 / Installation, Size: 182 x 65 x 91